Where have I been?

2016년 4월 10일 일요일

[원주 보문사]첫 걸음

4월9일 엄마와 함께 원주 행구동에 위치한 보문사에 오르는 길. 1.3km 거리 밖에 되지 않은 짧은 거리지만,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고 오랜만에 하는 산보여서 힘들었다. 계속 위로 걸어야했기때문에 종아리와 아킬레스건 사이의 근육들이 아파오면서 숨이 가쁘게 뛰었다. 천천히 잘 닦인 길을 걸으면서 새가 짹짹 울리는 소리와 계곡에서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핀 화려한 개나리와 철쭉, 이제 막 피기 시작해 봉우리 져 있는 꽃들이 보였다. 오를수록 살랑이는 바람을 맞았다. 곧 비가 올 것 처럼 흐린 날씨였지만 상쾌한 기분으로 한걸음씩 내딛었다.
# 마음에 드는 옷은 있는데 사이즈가 없거나, 무심코 사진을 찍었는데 거울에 보인 내 모습보다 더 뚱뚱하게 찍힌 내 모습을 볼 때 '살을 정말 빼야겠구나'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음식 냄새만 맡으면 우사인볼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먹어 해치우는 내 모습을 봤을때, 지금 이 생애에서는 안되겠구나 체념한다. '어차피 나 보는 사람도 없는데...' 씁쓸한 자기 위안을 하면서.
 
# 한번쯤은 슬림하고 탄탄한 몸을 가지면 내 삶이 조금 바뀌지 않을까 조그만 희망을 품는다. 다이어트를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세계를 경험한다고 한다. 너무 작아 입을 수 없는 옷을 입게 됐을 때, 길거리에서 멋진 티셔츠를 발견하고 사이즈를 물어봤는데 없을 때, 텔레비전에서 멋진 몸을 자랑하는 방송인들을 보고 있는 내가 한심스러울 때. 그런 때.
 
# 누가 실행없는 계획은 행복한 낙서에 불과하다고 했나. 몸짱 다이어터 블로그를 참고하고 신문과 방송에서 알려주는 다이어트 음식, 몸짱 되는 비법 등을 보면서 가장 알짜베기 운동을 선별해 운동 플랜을 짰다. 그것도 계획을 짠 그날부터 하는게 아니라 '내일부터 열심히 해야지'라며 라면을 먹으면서. 하지만 다음 날은 퇴근 후 '해야지 해야지' 라며 텔레비전을 보면서 생각만 할 뿐. 시계는 저녁 9시, 10시를 향해가고 있는데 '너무 피곤한 것 같다'라며 침대에 누워버린다. 그리곤 다시 '내일부터 더 열심히 해야지' 되새긴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왠지 운동 한 것 같은 느낌.
 
# 내면이 중요하다고? 아니. 그렇지 않다. 내면, 외면 둘 다 중요하다. 외모만 보고 판단 할 수 있다. 첫 인상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말이 돌고 있지 않은가. 요즘은 꾸미는 것도 스펙에 들어간다고 하니, 내면만을 중요시 여기는 것도 시대 흐름에서 벗어나는 추세. 잘생겨지자는 말이 아니라, 원래 내 모습을 찾자라는 것. 정상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정상 체중으로 돌아가고 정상적인 식생활을 하고 정상적으로 운동을 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정상이 아닌 식생활이 이어지다보니 정상으로 돌아가는 행위가 '꾸미다'라는 잘못된 용어로 쓰이고 '스펙'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흐름으로 간주 된 것.
 
# 9일 원주 행구동에 위치한 보문사로 산보를 오른 것을 첫 행동으로 정상 체중으로 돌아가자. 먹을거 다 먹어가면서 감량 할 수 없다. 활동량을 더 늘리고 음식 섭취는 줄이는 단순한 이론으로 체중을 조금씩 줄이자. 나도 사이즈 걱정 없이 뭘 입어도 맵시가 살고 태가 나는 경험을 하고 싶다.
 
스트라바 앱 GPS를 이용해 9일 원주 행구동에 위치한 보문사로 산보 갔던 경로를 추적 한 것.
 
# 기분 좋은 낙서가 되지 않기 위한 계획
  • 하루 세끼를 먹되, 아침은 녹즙(선식), 점심은 정상 식사(한끼 칼로리 식사), 저녁은 과일 or 채소 주스, 간식은 견과류로 해결한다.
  • 일주일에 3회 이상 런닝과 근력운동을 한다.
  • 한달에 두번은 등산을 한다. 
  • 한달에 한번은 100km 이상 라이딩을 한다.
  • 10월에 열리는 조선일보 마라톤 대회를 대비해 미리 마라톤 연습을 한다.
  • 최소 6시간 이상 잠을 잔다.
  • 피부에도 신경을 쓴다(나이가 곧..)


4월1일 새 농작물을 기르기 위해 신림에 있는 작은 텃밭을 농기계로 갈아 엎고 있다. 이날 비리 퇴비를 주고 큰 돌을 골라내는 작업을 미리 하고 마지막으로 농기계를 불러 작업했다. 잠자고 있던 밭이 폭신폭신하고 촉촉한 땅으로 변신했다. 올 해 일용한 양식을 충분히 거두는 풍년의 해가 되길. 
# 새 술은 새 부대에다가 부으라고 했다. 봄이 찾아오고 조용하고 따뜻한 봄비가 서너차례 내렸다. 새로 시작하는 것은 언제나 신선하고 기대에 차지만, 시작이 과정으로 이어질 때 처음의 마음을 잊어버리기가 십상이다.
 
# 씨앗을 뿌리고 물을 붓고 여러차례 비바람이 불고 땅이 다시 굳으면서 새싹이 올라오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그 결실의 열매를 맺으려면 끊임없는 노력과 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 끝의 환상을 그려보면서 최선을 다하자.
 
# 노력은 하기 싫지만 그래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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