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have I been?

2012년 2월 26일 일요일

망우공원

인적 드문곳에 요란하게 돌아가는 놀이기구는 쓸쓸하게 보인다. 앉을 좌석보다 앉은 좌석의 수가 현저하게 적은 놀이기구는 한자리라도 채워준 사람이 고맙다고 인사하듯이 신나게 기계음을 내며 공회전을 한다. 
줄서야할 대기실에는 적적함이 돌고 치고 박고 싸워야할 범퍼카는 덩그라니 한대만 움직인다.
비행기에는 조종사가 없고 말 위에는 주인이 없다.

망우공원의 하늘은 우울하다. 금호강은 찬 바람을 불어준다. 체감온도가 더 떨어졌다. 산보 하시는 할아버지와 몇몇의 행인들 외엔 아무도 없다. 계속되는 추위로 집에서 나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우공원 놀이기구에는 어린아이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공급에 비해 전기세가 걱정될만큼 이용자는 적었지만 놀이기구를 향한 어린아이들의 마음에 부모들은 이기지 못했다. 젊음에는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콧물 질질 흘리면서도 좋단다.

망우공원은 추웠지만 아이들 마음은 활활 타올랐을 것이다.







2012년 2월 12일 일요일

생존은 이등병처럼

"전역을 일주일 앞둔 병장님들, 사회에 나가 이등병 시절 때 처럼 행동하면 성공할 수 있을겁니다. 주의 축복이 있길"

군 복무시절 첫 종교참석 했을 때 목사님께서 전역 병장들에게 말씀하신 내용 일부이다. 자대배치 후 사소한 것에도 예민해지고 긴장되서 목사님의 설교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마지막 그 음성은 또렷히 기억난다. 막 입대한 나와 곧 떠날 그들의 괴리감때문이었을까. 전역 후 1년이 지났지만 다시 상기시켜보니 격세지감이다.

상식적인 이야기고 강력한 메세지도 아니다. 하지만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이등병처럼때만 행동하라... "

이등병의 행동강령은 많지 않다. 다만 몸이 피곤할 뿐이다. 책임도 없다.

첫째. 마주칠때마다 인사하기.
둘째. 시키는것만 제대로 하기
셋째. 먼저 나서서하기(둘째와 모순되지만 군대는 그런 곳이다.)
넷째. 조용히 있기
다섯째. 보고 철저히 하고 복종 잘하기.

더 생각나지 않는다. 이등병이 해야 할 일은 상관의 말에 복종 잘 하고 청소만 잘했으면 됐으니까. 청소시간 다가오면 준비하고 심부름 시키면 하고 실수라도 하면 혼나다가 조용히 눈에띄지 않게 제 할일만 하면 된다. 그런데 목사님은 알지도 못하면서 이등병때처럼만 행동하라고 한다. 무슨 궤변인지.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본질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투쟁이다. 이등병은 귀여움도 받지만 늘 혼난다. 긴장되고 쫄아있어서 사소한 일에도 이름이라도 불리면 심장이 뛴다.
예고하지 않은 일과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 시간이 걸려 시쳇말로 어리버리 까는일이 많다.
누구누구 상병님은 이걸 좋아하고 누구누구 병장님은 이걸 싫어하고 청소 하는 방법은 이래야 되고 시키지 않은 일에 센스를 발휘해야 하는 이등병은 늘 긴장감이 돈다. 그래서 늘 혼난다.

폭풍같은 일주일이 지나면 칭찬은 고사하고 혼나지 않기 위해 생각한다. "뭘 해야 하지?"

목사님은 어떤 경험을 토대로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지만, 내가 경험한 이등병은 "그 다음엔 뭘 해아만 하지?"라는 생각이 항상 따라다녔다. 우선순위를 잡았고 필살적으로 했다. 빼먹고 안한건 없는지 돌아보고 확인했다. 의자에 앉을 새가 없이 계속 움직였다.
이유는 한가지. 혼나지 않기 위해서.

지난 일이지만 안락한 생활을 하는 나에게는 내 경험의 교훈이다. 혼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쳐야 한다.

"다음은 뭘 해야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