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have I been?

2012년 10월 27일 토요일

형의 결혼식


지난 세월 형과의 추억이 별로 없다. 먼지 켜켜히 쌓인 두꺼운 사진 앨범에서 형과 찍은 빛바랜 사진 몇장을 들춰봐야지만 기억세포가 한 두개씩 모아진다. 형이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여자친구는 언제 만났는지, 제대는 언제했고 회사 입사는 언제 했는지 모른다. 가끔 안부문자나 전화는 하지만 의례적으로 할 뿐, 왕래는 별로 없다. 떨어져 지내니 관심도 적어질 수 밖에.. 

"형이 10월27일에 결혼 한다더라.."라는 결혼 소식도 엄마를 통해서 들었다. 난 결혼 하는 당일 예식장에서도 아무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기쁘다,  설레다라는 느낌도 가지지 못한채 남의 결혼식에 온것 마냥 몇장의 사진만 턱턱 찍었다. 맞다. 남의 결혼식인 것 같았다. 결혼식은 기쁨과 함께 엄중함이 함께 공존한다. 그래서 결혼식에서는 신부나 부모님들이 눈물을 훔치곤 한다.

형의 결혼식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와! 형이 결혼했어!'라는 느낌이 아니다. 원래 했던 것 처럼 그냥 자연스럽다. '결혼식을 했구나'정도의 느낌. 내가 형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그런건지, 내가 생각했던 결혼식의 환상과는 달라서인건지, 감정이 메마른건지, 형한테 미안해해야하는건지 모르겠다. 

비용문제에서 적잖이 놀라기는 했지만, 형이 부디 결혼생활을 잘 했으면 좋겠다. 항상 웃는 날일 수는 없겠지만, 서로 위로해주고 힘이되어주는 행복한 가정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개인적인 바램은 빨리 조카를 봤으면 좋겠다는 것!

보통, 생에 단 한번 입을 수 있다는 웨딩드레스. 핀조명이 밝게 비추는 무대 뒤로 향하는 형수.

입장 준비

축가 듣는 곧 부부
 
나이스(주먹 불끈)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

때묵은 어린이 장난감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중앙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한복만 파는 통로가 즐비하게 보인다. 이 통로 가운데는 리어카 위에서 양말도 팔고 모자도 파는 잡상인들도 쭉 나열 돼 있다. 이 통로를 지나가다 옷들 틈속에서 보이는 장난감세트가 눈에 보였다. 학교 앞 작은 문구점에서나 파는 여아용 장난감처럼 보이는 작은 장난감이다. 
평소 시장은 잘 오지는 않지만 시장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어떤 구성인지 뭘 파는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 원주에는 큰 시장이 한군데 밖에 없기에 몇번 와보면 잘 알 수 있다. 세월이 변해도 시장은 별로 변하지 않아서 어렸을때 엄마따라 왔었을때와 다를게 별로 없었다.  나이가 들어서 일까. 쉽게 지나치던 물건들이 아련하게 보이고 귀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떡이 맛있어 보이고 홍시가 잘 익어나 보고 익숙했던 그 자리가 낯설어 보인다. 때묵은 새 어린이 장난감도 묘하게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뭔가 마력에 이끌렸나보다. 그보다 시장이 다르게 보인다. 변하지 않았지만, 변했다. 

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불국사)

금요일, 근로장학생인 나는 불국사로 촬영가는 들뜬 마음에 기숙로 일하러 가는 것을 새까맣게 잊었다.  수업 끝나자마자 하양역으로 달렸다. 불국사로 가는 길은 뉴욕 센트럴파크 못지 않았다. 울긋불긋한 나뭇잎, 짙어져 가는 잔듸, 따뜻한 햇살, 고요한 분위기 그리고 여유로움. 가을을 알렸다. 불국사로 소풍 온 한 초등학교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향수를 부른다. 수업 과제때문에 불국사 건축사진을 찍으로 왔지만 가을을 느끼고 싶다. 자연과 사람은 잘 어울린다. 언제나 사람이 문제지만 오늘만큼은 그렇지 않다. 

우연한 상황에서 촬영한 사진이 좋을때가 많다.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의 촬영은 가슴을 뛰게 한다.  소풍나온 한 초등학교 초등학생들이 넓은 잔듸에 앉아 도시락을 먹고있다. 이들에게 오늘은 가장 여유로운 날, 가장 행복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