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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7일 월요일

짐승과 인간

경산 영천 2011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사고하기때문이다. 독수리처럼 큰 날개와 밝은 눈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치타처럼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뱀처럼 강한 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신체적으로는 다른 동물에 비해서 모자란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생각함으로써 유약한 몸을 지켜내고 강한 동물의 강점을 이용하여 경쟁에서 이겨낸다. 동물들의 우위에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구축하고 가치있는 삶이 어떤것인지 발견해서 짐승들과 다른 방향으로 다양한 삶을 살게 된다. 
생각은 그만큼 무서운 힘과 지혜를 준다.

그렇다면 나에게 물어 볼 수 있다.

짐승은 주어진 본능과 주어진 환경에 의하여 반사적인 삶을 산다.
그렇다면 난, 짐승인가 사람인가.

인간의 육신을 가지고 있지만, 본능에만 충실한 삶을 산다면 인간이라고 말 할 수 있는것인가. 감정도 위기도 환멸도 기쁨도 사는 이유도 모른다면 인간이라고 말 할 수 있는것인가.

요즘 나는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넋없이 지켜보며 브라운관에 나타나는 외계인들의 대화를 감정없이 듣고싶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세상의 문을 꽉 닫은 체 침대위에 이불을 덮고 웅크리며 본능에 충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한다.

조급하지말자 조급하지말자 라는 말을 되뇌지만 달리지 않으면 점점 절벽 끄트머리로 밀어내는 이 느낌. 아무도 쫒아오지 않고 아무도 밀어내는 사람도 없지만 위기감으로 내 몸은 경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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